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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이치 어항 외전.

초록초록린티 2017. 2. 22. 23:05
전에 댓 남겨주신분을 위한...글임다ㅠㅠ사실 끝까지 못썼지만 그래도... 북마크 해놓으셨다니까 언젠간 보시겠지??

이치마츠의 이야기.


이치마츠는 그렇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전교에서 공부로는 늘 3등안에는 드는 오히려 똑똑하고 얌전한 모범생이었다. 얼굴도 반반한 탓에 인기도 많았다.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 끌어 내리고 싶은 감정이 생기는 법. 학교에서 질이 나쁜 패거리들에게 찍힌것은 그런 지저분한 감정들이 원인이었다.


병신이 찍소리도 못하네.


사소한 계기였다. 복도에서 일부러 부딪힌 패거리중에 하나가 큰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이치마츠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이치마츠는 맏형들의 놀림이 익숙했다. 아마 그 아이들의 행동도 비슷한거라고. 그저 장난 치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정을 기반으로 한 형들과 악의로 똘똘 뭉친 그들의 행동이 뿌리부터 다른것이라는걸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한번씩 그날 그들이 걸어왔던 시비에 카라마츠나 오소마츠형처럼 당당히 맞섰더라면을 상상하곤 했다. 그럼 일이 이렇게 까지 되진 않았지 않을까.하고.
등뒤로 벽이 닿였다. 이제 뒷걸음질 칠 공간도 없어서 이치마츠는 체념했다. 벌써 몇번이고 후려 갈겨진 뒷통수가 얼얼했다. 학교에서 싸움꾼으로 유명한 이치마츠의 형제를 알아서 인지 괴롭히는 무리들은 악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만 골라 때렸다. 그들은 이치마츠가 잘나신 형에게 조잘조잘 이르지 않을 상냥한 성격임을 이용했다.


....!


바닥만 내려다보며 이순간이 지나가길 빌고 있던 이치마츠는 누군가가 명치에 세게 내다꽂은 주먹에 숨을 훅 들이켰다. 비명도 나오지 않을만큼 고통스러워서 허리를 구부리고 숨을 헐떡이는 그의 위로 발길질이 쏟아졌다. 두세번 버티다가 넘어진 이치마츠는 눈을 감았다. 몸을 둥글게 말고 여린 몸에 쏟아지는 무자비한 폭력을 이치마츠는 소리한번 지르지 않고 참아냈다.


이 독한새끼 소리한번 안지르네.


누군가가 비웃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더니 발길질이 멈췄다. 생리적으로 맺힌 눈물이 코를 타고 흘렀다. 웅크리고 있는 동안 뻣뻣하게 굳은 몸에서 긴장을 풀자 통증이 밀려왔다.


아악!


처음으로 이치마츠가 소리를 질렀다. 목 뒷덜미에 패거리중 하나가 담뱃불을 지져서 끈 탓이었다. 낄낄거리며 야 뜨거운건 무섭나봐.하고 누군가 말하더니 머리채가 휘어 잡히고 억지로 몸이 일으켜졌다.


누구 재떨이 필요한 사람?


그 이후의 일은 이치마츠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바닥을 기며 도망을 가려다 몇번이고 질질 끌려와서 괴롭힘을 당했던것만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들은 이치마츠에게 폭력을 휘두를때면 늘 교복 마이를 벗겨냈다. 흙먼지와 발자국으로 난리가 난 옷을 보면 집에 금방 걸리지 않겠어?하고 빙글빙글 웃는 얼굴중에 하나가 말했다. 이치마츠에게 그들은 그저 얼굴들이었다. 비웃는 얼굴과 화난얼굴. 즐거운 얼굴. 얼굴들이 소각장이나 외진 놀이터에 이치마츠를 버리고 가버리면. 이치마츠는 한참이나 누워있다가 옷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갔다. 원채 조용조용한 이치마츠에게 가족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쵸로마츠가 이따금씩 무슨일 있는거냐고 물었지만 이치마츠는 입을 열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샤워를 할때 거울을 바라보는것이 끔찍해졌다. 멍자국은 옅어진다해도 진물이 흐르는 화상자국은 아마 평생 남겠지.
그날은. 이치마츠가 불로 지지는 통증에도 익숙해져 비명을 지르지 않게 되었을 때였다.


이제 재미없다. 이새끼 아파하지도 않는거 같은데.


그소리를 들었을때 이치마츠는 이 끔찍한 시간이 드디어 끝이 나는가 싶어 잠시 기뻐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놀이터에서 벌어진 술판에 끌려와 두들겨 맞던 그 날이었다. 억지로 술을 먹이고 맞은터라 이치마츠는 몸도 정신도 만신창이였다. 누군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재밌겠다라고 말한것을 시작으로 어깨를 눌려 강제로 눕혀지고 단추가 하나둘씩 튿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등뒤로 닿던 까끌한 모래가 맨살에 닿았을때. 퍼뜩 정신을 차린 이치마츠가 발작하듯 몸을 틀었다.


놔!


발악하는 그를 보고 무리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누군가 목을 졸랐다. 숨이 껄떡거리며 넘어갈때 동안 다른 누군가는 다리를 잡아 벌리는것이 느껴졌다. 얼굴들이 아니었다. 악마.악마! 반항하는 이치마츠위로 주먹이 꽂혔다. 멀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여러번 바뀌는 얼굴들을 쳐다봤다. 소리를 지르는 입이 틀어막혀지고 팔다리가 잡혔다. 등이 모래에 쓸려 아팠다. 맞아서 부은 얼굴보다. 쓸려서 터진 상처들 보다 생소한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이치마츠는 몇번이나 정신을 잃을뻔 했다. 꺽꺽거리며 바닥을 기던 그날밤은 길고 길었다. 그때 이후로 자해를 시작했다. 커터칼로 몇번이나 손목이나 허벅지에 상처를 내면서도 이치마츠는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럴리가 없는데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오히려 자기를 더럽게 볼까봐 무서웠다. 이치마츠는 몇번 더 그런 일을 겪었다. 이치마츠를 괴롭히던 무리는 신체의 고통으로는 눈하나 깜빡하지않던 이치마츠가 울고 빌고 처절하게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며 저 위에 있던 그를 더러운 시궁창으로 끌어내린 것에 기뻐했다. 자해를 한 흔적을 보며 비웃기도 했다.
이치마츠가 정신적으로 벼랑끝에 섰을때.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반에 찾아왔다. 너저분한 후드티를 쥔 오소마츠는 머리끝까지 화난 모습이어서 무서웠다. 움츠린 이치마츠를 억지로 끌고 공원 화장실로 데려온 오소마츠가 교복을 벗기기 시작했을때. 이치마츠는 반쯤 정신이 나가 빌기 시작했다. 미안해.미안해. 형의 화난 얼굴 위로 다른 얼굴들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던 오소마츠가 제분에 못이겨 손을 올렸을때. 이치마츠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끊어졌다.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 쳐박혔다. 어머니가 걱정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자퇴한 그를 찾아와서 괴롭히는 이들은 없었다. 이렇게나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걸 알았다면 진작 학교따위 그만두는게 나았을텐데. 밤마다 악몽을 꿨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듯했다. 시선이 왼쪽 손목에 머무는 것을 이치마츠도 잘알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자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이치마츠를 챙겼다. 손목이 흉터로 너덜너덜한 이치마츠에게 쵸로마츠는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울며 부탁했다. 그래도 한번씩 참을 수가 없었다. 어두운 밤이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형제들 중 누군가 자신을 억지로 눌리는 터무니 없는 상상이 목을 졸랐다. 그 상상속 형제는 대부분 오소마츠형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퇴를 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던날. 오소마츠와 둘만 남게되는 일이 있었다. 그저 티비를 보고 있을 뿐인 오소마츠가 자신의 위로 올라타 목을 조를거 같아서 손끝이 차가워졌다. 티비소리가 멀어져가고 쿵쿵뛰는 심장 소리만이 귀에 먹먹히 울리는거 같아 숨이 찼다. 가만가만 목으로 손가락을 대어보니. 맥박이 뛰는 곳이 느껴졌다. 이곳이 잘려져 멈추면 이 감정도 끝이 날까.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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